주말 아침, 여의도한강공원을 지나 여의도공원까지 짧게 뛰어보기로 했다. 9월 말인데도 하늘이 맑고 바람이 시원해서, 러닝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런데 이 짧은 러닝이 오늘부터 매일 아침의 계획을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마포대교 남단에서 우연히 만난 야외 운동 공간, 한강헬스장여의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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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을 등지고 뛰다 보면 잔디밭 사이로 벌써 단풍이 살짝 든 나무들이 보인다. 아직 9월인데 성질 급한 나무 몇 그루는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한강버스 정류소 앞 광장을 지났다. 저녁에는 버스킹도 하고 사람이 붐비는 곳인데, 주말 오전에는 이렇게 한산하다.

마포대교 남단에서 만난 것 — 한강헬스장여의도
수로를 따라 놓인 계단식 구조물을 지나 마포대교 남단 쪽으로 계속 뛰었다.

그리고 고가도로 아래에서 생각지도 못한 걸 만났다. 한강헬스장여의도. 구역이 아주 넓지는 않은데, 기구들이 하나같이 튼튼하고 상태가 좋았다. 그냥 야외 운동기구가 아니라 진짜 체육관 머신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해외 운동 유튜버들이 바닷가에 놓인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는 영상을 볼 때마다 속으로 “그냥 실내에서 하면 될걸 왜 저렇게 하나” 싶었다. 그런데 직접 한강을 보면서 제대로 된 기구로 운동을 해보니, 그게 무슨 기분인지 알겠다. 노를 젓는 로잉 머신도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기구마다 이름과 제작사가 안내판에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스쿼트”라는 이름이 붙은 기구도 있었다.

오전 일찍인데도 운동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러닝하다 잠깐 들러서 몇 세트 하고 가는 사람,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솔직히 여기서 운동하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우와!!!!” 이런 시설이 서울 다른 지역에도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내일부터는 여기 나와서 운동하고 출근할 생각이다. 당분간 실내 헬스장은 안 갈 것 같다.

발을 담그고 쉬어가는 곳 — FAMILY ROLL PARK
조금 더 걷다 보면 작은 인공개울이 나온다. 여름엔 덥다 싶으면 발을 담그고 잠깐 쉬는 사람들이 있고, 어린아이들은 아예 온몸을 담그고 놀기도 한다.

한강헬스장여의도 맞은편에는 BMX 자전거와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자전거와 러닝이 함께 있는 길
여의도한강공원은 자전거 타기에도, 러닝하기에도 좋다. 가족 단위로 4인용 자전거를 천천히 타는 사람들도 있고, 로드 자전거로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 둘이 같은 길에서 자연스럽게 섞여 다닌다.

날 좋은 날엔 러닝하는 사람도 자주 보인다.

나무 아래에서는 돗자리를 펴놓고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도 있다. 어두워지면 연인끼리, 친구들끼리 돗자리를 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낮에는 어린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가 많다.

모래 놀이터 — 아이들이 좋아하던 곳
여의도한강공원에는 모래로 된 놀이터가 있다. 요즘엔 모래 놀이터가 흔하지 않은데, 여기는 나무로 된 놀이기구들과 짚라인까지 있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곳이다.

우리 아이들도 예전엔 여기를 참 좋아했다. 요즘은 좀 컸다고 그런 건지, 핸드폰을 보기 시작해서 그런 건지, 같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포플러 나무 사이로 보이는 이 풍경은 여전하다.

여의도공원으로 — 세종대왕과 한국전통의 숲
한강공원에서 여의도공원 쪽으로 넘어가는 길, 다국어로 된 안내판을 만났다. 세종대왕동상, 한국전통의 숲, 지당(연못)을 안내하고 있었다. 오늘은 한국전통의 숲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한국전통의 숲 안에는 연못이 있다. 수련 잎이 가득한 수면에 하늘과 나무가 그대로 비친다.

조금 더 들어가면 바위로 둘러싸인 개울도 있다. 숲 사이로 햇빛이 내려와서 분위기가 밝다.

큰 나무 아래에는 작은 돌탑들이 쌓여 있다. 한국에서는 돌을 쌓으면서 소원을 비는 문화가 있어서, 절 입구나 돌이 많은 곳에는 이렇게 작은 돌탑들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런데 이 문화가 조금 뜻밖의 곳까지 번져 있었다. 픽셀 아트 스타일로 만든 캐릭터 조각상 머리 위에도 누군가 돌을 올려서 작은 탑을 쌓아놨다. 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으면서도, 웃음이 났다.

여의도공원에는 돗자리 말고도 테이블이 놓인 자리가 있어서, 음식을 펴놓고 편하게 앉아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하늘 위의 서울달, 그리고 여의도의 스케일
여의도공원 쪽으로 걷다 보면 나무 위로 열기구가 떠 있는 게 보인다. 서울달이다. 가을에 타는 게 가장 예쁘다고 해서, 날 좋은 가을날 온 가족이 함께 한번 더 타보려고 한다. 이제는 여의도 어디에서든 보이는 여의도의 상징이 됐다.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광장 위에 열기구가 떠 있는 걸 보면, 여의도라는 동네의 스케일이 새삼 느껴진다.

알아두면 좋은 것 — 주차와 자전거 대여
여의도는 원래 주차하기 어려운 동네다. 그런데 여의도공원과 IFC 사이 도로는 공휴일 08:00~24:00에 주차가 허용된다. 조금만 서두르면 주차 비용 없이 하루 종일 한강공원과 여의도공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전거를 빌리고 싶다면 방법이 여러 가지다. 2인용·4인용 자전거는 원효대교 남단에서도, 여의나루역을 통해 한강으로 들어가는 근처에서도 빌릴 수 있다. 따릉이는 서울 한강버스 정류소 앞에서도 대여할 수 있다. 여의도한강공원의 시설 안내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여의도한강공원 소개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줄로
한강헬스장여의도에서 처음 운동해본 날, 여의도가 얼마나 잘 갖춰진 동네인지 새삼 느꼈다. 가족과 오면 돗자리 펴고 쉴 수 있고, 아이들과 오면 모래 놀이터가 있고, 연인과 오면 저녁 한강을 걸을 수 있고, 나처럼 운동하러 와도 체육관 부럽지 않은 기구가 있다. 누구와 오든, 뭘 하러 오든 다 되는 동네다.